노벨 물리학상, 남극 얼음에 인생 건 82세 — 34년 만의 단독 수상
2026년 노벨 물리학상은 프란시스 할젠(82)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남극 얼음 1세제곱킬로미터에 센서를 심어 우주에서 오는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관측하는 '아이스큐브' 관측소를 만들고 그 입자를 실제로 잡아낸 공로다. 벨기에 출신으로, 물리학상 단독 수상은 1992년 샤르파크 이후 34년 만이다. 상금 1,200만 크로나(약 16억 원). 단독 수상은 '공로를 한 사람에게 귀속했다'는 뜻이지 혼자 연구했다는 뜻이 아니다. 왕립과학원 발표문도 국제 연구진과 공학자들의 협력을 함께 설명한다.
중성미자는 '유령 입자'다. 지구를 그대로 통과한다. 그걸 잡으려면 검출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야 하고, 할젠은 남극 얼음 자체를 검출기로 쓰자는 발상을 20년 넘게 밀어붙였다. 노벨상이 보통 2~3명에게 나뉘는데 한 사람에게 준 건 '이 아이디어는 이 사람 것'이라는 위원회의 판단이다.
당장 생활은 안 바뀐다. 다만 '한 사람이 20년을 버틴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올해 유독 과학상이 장기 프로젝트에 가는 흐름(어제 생리의학상 광유전학도 그렇다)은 눈여겨볼 만하다. 빠른 성과를 요구하는 연구비 구조에 대한 메시지로 읽는 사람이 많다.
단독 수상은 공로가 명확하다는 뜻이다. 거대 과학도 결국 한 사람의 고집에서 시작된다는 교과서적 사례.
아이스큐브는 수백 명이 수십 년 매달린 국제 공동 프로젝트다. 한 명에게 몰아주는 노벨상 방식이 거대 과학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남극 얼음을 망원경으로 쓴다'는 문장 하나면 이 상의 의미는 전달된다. 과학 뉴스는 결과보다 발상을 기억하는 편이 오래 간다. 내일 화학상까지 보고 올해 과학상 3개의 공통점을 한 번 묶어 보겠다.
데일리드롭 제2호 · 2026년 10월 6일 화요일 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