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4년, 기름값은 둘이 정했나. 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 44조 담합 심판대
공정거래위원회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휘발유·경유·등유 가격 담합 혐의 사건에 대한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심사관(조사 담당)은 두 회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올해 3월까지 약 4년간 입금가·확정가·판매정책 같은 가격 정보를 교환했고, 올해 3월 초에는 두 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입금가를 얼마로 할지 합의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봤다. 관련 매출액은 44조 1,000억 원, 두 회사의 작년 국내 휘발유·경유·등유 시장 점유율 합계는 49.1%다. 심사관은 '중대한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다. 과징금은 단순 계산상 최대 4조 6,000억 원대로 추산된다는 보도가 있으나, 실제 금액과 위법 여부는 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해진다. HD현대오일뱅크는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SK에너지는 '사실관계와 회사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사후 정보의 단순 공유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전쟁으로 유가가 출렁이던 4년이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 주유소 가격은 빨리 오르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린다는 체감이 이 기간 내내 있었다. 그 체감의 일부가 '둘이 정보를 맞춘 결과'였는지가 쟁점이다. 그리고 2021년 개정 공정거래법은 가격을 직접 합의하지 않아도 민감한 가격 정보를 주고받는 '정보 교환'만으로 담합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이 조항이 대형 사건에 정면으로 적용되는 드문 사례다.
기름을 넣는 모든 사람의 일이다. 다만 오늘 결론이 난 게 아니다. 심의 → 의결 → (불복 시) 행정소송까지 보통 1~2년이 걸린다. 과징금이 나와도 그 돈이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구조는 아니다. 소비자가 돌려받으려면 별도 손해배상 소송이 필요하고, 그건 공정위 결론이 나온 뒤의 일이다.
점유율 절반을 가진 두 회사가 4년간 가격 정보를 주고받았다면 그 자체가 시장을 망가뜨린 것이다. 정보 교환 금지 조항은 바로 이런 경우를 위해 만든 것이고, 44조라는 숫자가 그 무게를 보여 준다.
정유사는 원유 도입가·환율·세금이 거의 같아서 가격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게 자연스럽다. '사후 정보 공유'와 '가격 합의'는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무게다. 심사관 의견은 한쪽 주장이고, 위원회가 뒤집은 전례도 적지 않다.
'44조 담합'이라는 제목에서 44조는 담합으로 번 돈이 아니라 그 기간 전체 매출이다. 과징금 상한을 계산하는 기준일 뿐이다. 오늘 확인된 건 공정위가 재판을 열기로 했다는 사실과, 두 회사가 부인한다는 사실 둘뿐. 볼 것은 심의 기일과 '3월 두 차례 합의'의 증거가 무엇으로 공개되느냐다.
데일리드롭 제3호 · 2026년 10월 7일 수요일 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