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조 손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국감. 이억원 “청와대 지시 아니다… 더 살폈어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가 10월 8일 열렸다. 야당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나경원 의원 등은 고점 대비 투자자 손실이 증권가 추산 54조 원이라고 했고, 씨티는 56조 원으로 추산했다는 보도가 있다. 두 숫자 모두 기준 시점과 산정 방식이 공개되지 않은 추정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청와대 지시는 아니었다', '여러 의견을 듣고 도입했다'고 답하면서 '필요했지만 더 살폈어야 했다'고 인정했다. 국민의힘은 9월 10일 이 위원장, 이찬진 금감원장,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국민의힘이 신청한 ETF 관련 증인 39명은 민주당 반대로 한 명도 채택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이날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고, 금리 인상기 정책서민금융 금리 인하와 공급 확대도 약속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 수익률을 배수로 좇기 때문에 오르내림이 반복되면 기초자산이 제자리여도 손실이 쌓인다. 종목 하나에 걸면 변동성이 지수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투자자 보호 장치를 두고 판다. 쟁점은 상품 자체보다 '충분한 보호 장치 없이 서둘러 열었느냐'다. 이 위원장의 '더 살폈어야'는 그 지점을 일부 인정한 말이다.
이 상품을 샀거나 살 생각이라면, 금융위가 7월부터 검토 중이라고 한 예탁금 인상·배수 조정·개인별 투자한도가 언제 나오는지 봐야 한다. 규칙이 바뀌면 거래 조건이 달라진다. 손실 보전은 별개의 문제다. 고발 사건의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투자 손실을 국가가 메워 주는 구조는 없다.
수십조 손실이 났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출시 시점이 내부 문건보다 앞당겨졌다는 의혹, 특정 운용사와의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 만큼 증인을 불러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
투자자가 고른 상품이고, 손실 추산은 고점 기준이라 부풀려졌을 수 있다. 상품 도입은 시장 선택지를 넓히는 일이었고, 문제는 사후 보호 장치를 보완하면 된다. 청와대 개입 주장은 아직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54조'라는 숫자가 혼자 다닌다. 누가, 언제를 기준으로 셌는지 공개된 적이 없다. 숫자보다 먼저 확인돼야 할 건 도입 결정 문서다. 금융위가 다음 주 종합감사 전까지 도입 검토 기록과 추가 보호 대책의 일정을 내놓는지 보자. '더 살폈어야'가 사과로 끝나는지, 제도로 이어지는지가 거기서 갈린다.
데일리드롭 제4호 · 2026년 10월 8일 목요일 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