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월 8일 오전 3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연결 기준 매출 195조 원, 영업이익 107조 4천억 원이다. 한국 기업이 한 분기에 영업이익 100조 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회사 발표 기준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82.5%, 전분기 대비 약 20%다. 직전 2분기는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 4천억 원으로 당시에도 분기 최고였다. 지난해 3분기는 매출 86조 원, 영업이익 12조 원대였으니 1년 새 매출은 두 배 넘게, 이익은 약 8.8배가 됐다. 잠정실적에는 사업부별 수치가 없다. 반도체(DS)·모바일(MX)·디스플레이 등의 내역은 이달 말 확정 실적 발표에서 공개된다.
분기 영업이익 100조는 한국 기업사에서 한 번도 없던 숫자다. 이익의 대부분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나온 것으로 시장은 본다. AI 서버 수요가 HBM을 넘어 범용 D램·낸드 가격까지 밀어 올리면서, 같은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의 마진이 한꺼번에 커졌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이 숫자는 한 회사의 성적표이자 한국 증시 전체의 이익 체력을 보여 주는 지표다. 경상수지 흑자와 법인세 세수에도 곧바로 이어진다.
국민연금과 대부분의 국내 주식형 펀드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들고 있다. 주주가 아니어도 내 연금의 분기 성적표다. 다만 오늘 주가는 실적과 반대로 움직였다. '좋은 뉴스 = 주가 상승'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날이다. 이미 기대가 가격에 들어가 있으면 숫자가 좋아도 차익 매물이 나온다.
영업이익률 55%는 제조업에서 보기 힘든 수준이다. HBM 공급이 내년에 더 늘고 범용 메모리 가격도 버티면 이익은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AI 인프라라는 구조적 수요가 받치고 있다.
메모리는 원래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오는 업종이다. 가격이 오를 때 경쟁사도 증설하고, 공급이 따라잡으면 마진은 빠르게 줄어든다. 오늘 주가가 내린 건 시장이 '정점'을 의심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어제 우리는 100조를 코스피 7000 재도전의 열쇠라고 썼다. 열쇠는 맞았는데 문은 안 열렸다. 틀린 건 숫자가 아니라 '숫자가 나오면 주가가 따라온다'는 가정이었다. 이제 볼 것은 둘이다. 이달 말 확정 실적에서 반도체 이익의 비중, 그리고 4분기 메모리 고정거래가격. 둘 다 버티면 오늘 매도는 수급 소음으로 끝난다.
원자료 ✓ 삼성전자 뉴스룸 잠정실적 공시(10/8) · MBC · 연합뉴스(코스피·특징주 기사) · 뉴스톱('분기 영업익 100조' 분석, 10/8) · 2분기 수치: 한국경제·삼성반도체 뉴스룸(7/7) · 영업이익률은 데일리드롭 단순 계산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107조 4천억. 한국 기업 첫 '분기 100조'
매출 195조 원.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782.5%, 석 달 전보다 20% 늘었다. 두 줄짜리 잠정치라 사업부별 성적은 이달 말 확정 실적에서 나온다
삼성전자가 10월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연결 기준 매출 195조 원, 영업이익 107조 4천억 원이다. 국내 기업이 한 분기에 영업이익 100조 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회사 발표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2.5%, 직전 2분기(89조 4천억 원)보다 20% 늘었다. 매출도 2분기 171조 원에서 14%가량 불었다. 올해 1분기 57조 2천억 원, 2분기 89조 4천억 원에 이어 세 분기 내리 분기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고, 1년 전 3분기(12조 원대)와 비교하면 이익이 약 8.8배가 됐다. 이 두 숫자로 단순 계산한 영업이익률은 55% 안팎이다. 매출 100원 가운데 55원이 본업 이익으로 남았다는 뜻이다. 한 자릿수가 보통인 제조업에서는 보기 드문 수치다. 잠정치는 매출과 영업이익 두 줄만 담는다. 반도체(DS)와 모바일 등 사업부별 성적, 이익이 어디서 났는지는 이달 말 확정 실적에서 나온다. 그 전까지 '반도체가 얼마'라는 숫자는 모두 증권사 추정이다.
증권가는 AI 서버 투자가 HBM뿐 아니라 범용 D램과 낸드 가격까지 끌어올린 것을 첫째 배경으로 꼽는다. 내년에도 HBM 공급이 늘어 이익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경상수지도 반도체 수출 덕에 461억 달러 흑자로 역대 2위였다. 한 업종의 호황이 기업 실적과 나라 살림에 동시에 찍힌 하루다. 시장 반응은 달랐다. 어제 3호에서 '100조를 넘느냐가 코스피 7000 재도전의 열쇠'라고 썼는데, 숫자는 넘었고 지수는 내렸다. ETF 리밸런싱에 따른 매물과 사흘째 이어진 외국인 매도가 겹쳤다는 해석이 많다(마감 지수는 시세표 참조). 삼성전자 주가도 실적 발표 직후 약세로 출발했고, SK하이닉스는 오전 한때 2%대 올라 같은 메모리 업종 안에서도 엇갈렸다. 내일은 한글날이라 국내 증시가 쉬고, 다음 거래일은 월요일이다. 좋은 숫자가 이미 주가에 들어가 있었는지, 메모리 값 상승이 언제까지 가는지가 다음 질문이다. 경쟁사 증설로 공급이 따라잡으면 이익이 빠르게 줄어든다는 것이 이 업종의 오랜 경험이다.